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양이에 친숙한 문화라 알려져 있고 실제로 호의적인 편이다. 하지만 의외로 길에서 고양이를 볼 기회는 별로 없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꽤 되는 것 같지만 고양이는 보통 산책을 시키지 않는 데다 길고양이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보았던 고양이라곤 앞집에 사는 외출냥, 가게 앞에 앉아 호객하던 미용실냥, 그리고 공원에서 만난 산책냥과 니시닛뽀리에서 본 길냥이정도. 고양이 금단증상에 시달리던 룸메와 내가 찾아갔던 곳은 이케부쿠로에 있는, 고양이가 있는 휴게소 299였다.

 

 

 

 

일본어 홈페이지:

http://www.nya-n.jp/299/

 

한국어 번역 페이지:

http://translate.google.com/translate?hl=ko&sl=ja&tl=ko&u=http%3A%2F%2Fwww.nya-n.jp%2F299%2F

 

그 많은 고양이 카페 중에서 이 곳을 고른 이유는 평이 좋았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본 분위기가 괜찮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상단메뉴는 순서대로 즐기는 방법, 지도, 자주 묻는 질문, 블로그, 메일이며 메인에는 이용 가능한 서비스 및 요금표, 그리고 고양이의 활동과 가게 혼잡 정도를 나타낸 시간표 및 금지행위가 나타나 있다. 고양이 카페는 어떤 곳인지, 혹은 일본의 고양이 카페는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하다면 들어가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즐기는 방법이라고 적힌 메뉴를 보면 귀엽고 재미있는 사진들과 함께 고양이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잘 나와 있어서 고양이 카페뿐만 아니라 고양이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읽어보아도 좋을 내용이다. 메인 좌측의 고양이 소개도 재미있다. (번역기의 놀라운 단어 창조 능력으로 인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은은한 조명에 전체적으로 편안한 인상이었다. 너무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와 사람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지 않아서 좋았다. 그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여기 저기 뒹굴거나 돌아다니는데도 굉장히 깨끗했다. 우리집은 한 마리만 있어도 털잔치이건만

 

 

고양이들이 안락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자리가 한결같이 폭신폭신했다. 일반 카페의자의 쿠션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몸이 폭 파묻히는 그 느낌은내가 무거워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어본다.

 

 

무려 고타쓰석도 두 군데나 있었고 무료로 쓸 수 있는 노트북도 놓여져 있었다. 일본에서 고타쓰를 한번도 써보지 못한 터라 앉아보고 싶기도 했지만 고양이들과 놀기에는 의자가 더 편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결코 신발 벗기 귀찮아서가 아님. 그날따라 부츠를 신어서가 아님냄새날까봐 그런 건 절대로 아님……

 

 

 

카운터 옆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컴퓨터들이 있고 가게 중앙의 커다란 사면 책장에는 만화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다. 혼자 이용하는 사람도 많고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 외에도 뭔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그 돈을 내고 만화책이나 보다니컴퓨터나 하다니…==…

 

 

고등학생 때 친구를 따라 애견카페에 가본 이래 그와 유사한 곳에 가본 적이 없는 터라 비교는 할 수 없지만 고양이가 있는 휴게소는 그 이름처럼 고양이와 함께 하는 편안한 휴식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 고양이가 다가오면 옆자리를 내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고양이와 격렬하게 놀아준 사람은 점원과 고양이에 굶주렸던(?!) 나와 룸메뿐.

 

 

 

 

우리가 갔던 시간은 대략 오후 2.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밥을 먹고 난 직후라 깊이 자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저주받은 수전증에도 불구하고 몇 장 건질 수 있었던 건 고양이들이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었기 때문. 그래도 흔들린 사진이 있었던 건 때마침 약한 지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혼자 추측해 본다... (근거는 없음)

 

 

 

홈페이지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이 스코티쉬폴드의 이름은 스위치라고 한다. 안내책자에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고 관심을 보여주면 기뻐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아저씨 라고 적혀있었다.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둘이 찍어낸듯 닮은 두 마리. 휴식중이라고 우리에 넣어놓은 녀석은 눈이 말똥말똥하고 정작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녀석은 위에서 맛깔나게 자는 중이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청개구리 심보가 있나 보다.

 

 

 

내 자리 바로 옆에서 계속 자던 턱시도 야옹이. 홈페이지를 보니 이름은 시오이고 설명에는 집사묘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블랙 앤 화이트에 사족을 못 쓰는 터라 언제 일어나나 살펴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살짝 불러도 보았지만 꼬리 한번 까딱하지 않고 숙면중. 집사가 손님도 안 맞고 이렇게 나태해도 되니?

 

 

 

그 외 자고 있던 이름 모를 예쁜 야옹이들. 설이를 보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자고 있는 고양이는 천사다…!

일어나면 어떻게 되냐고? 다시 고양이가 된다ㅎㅎㅎ

 

 

그래도 다행히 몇몇 고양이들은 깨어 있어서 점원의 지도 아래 마음껏 쓰다듬어도 보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다.

가만 돌이켜 보면 일본어가 그렇게 모국어처럼 쏙쏙 들린 적이 없었다…!!

 

 

 

왠지 억울하게 생긴 야옹이. 고양이는 모두 앙칼지게 생겼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하얀 양말이 매력적인 카오스냥. 발이 도톰하니 토실토실해서 하마터면 외간 고양이의 발을 덥썩 잡을 뻔 했다.

얼굴은 썩 친절하지 않으나 태도는 굉장히 살가워서 나를 놀라게 했다. 사람도 험악한 사람 중에 의외로 착한 사람이 많다.

 

 

 

이런 털옷을 입은 고양이가 최소 네 마리는 있었던 것 같은데 사진으로 보니 더더욱 구분이 안 된다. 늘 고양이들을 돌보는 점원 말로는 각각 다 다르다는데 아마 내 고양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만약 설이랑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다 해도 구별할 자신이 있다…! (내가 부엌갈 때 따라오는 고양이가 설이다)

 

 

그 중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녀석은 바로 이 녀석. 이름은 우루루라고 한다. 일단 검은색 장모종 고양이를 보는 건 처음이었고 다른 고양이에 비해 덩치도 엄청 컸는데 살이 쪘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탄탄하다는 느낌이라 꼭 표범이나 치타같았다. 어찌나 빠르고 날렵하고 힘이 센지 놀이가 아니라 사냥 당하는 느낌

 

 

 

근데 사람이나 고양이가 멋진 것들은 임자가 있나 보다.

외국에서 보는 염장질은 한층 더 쓸쓸하였더라

 

 

피는 못 속이는지 우루루의 남동생인 브라이어도 멋있었다. 모든 집사들의 궁극적인 로망이 올블랙고양이라던데 왠지 수긍이 갔다. 나도 모르게 두근거려 손을 떨었는지 선명하게 나온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오히려 흔들려서 분위기 있어 보인다고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고양이에 대한 배려. 점원들은 물론이고 손님들 역시 고양이의 습성을 알고 존중해주는 모습이었다. 홈페이지에도 상세히 나와 있었지만 테이블마다 놓여진 책자에도 다양한 주의사항들이 적혀 있었다. 그 주의사항은 직원부분만 로 대체하면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여서 살짝 옮겨서 정리해본다.

 

 

음식물을 가지고 오셨다면 고양이가 몰래 먹을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시고 가급적 빨리 드시거나 직원에게 맡겨 주세요. 포장지도 먹으려 할 수 있으니 쓰레기는 직원에게 주세요. 고양이가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커피에 넣는 크림도 주시면 안 됩니다. 사진을 촬영하셔도 좋지만 플래시는 꺼주세요. 고양이는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안기는 걸 싫어해요. 직원 및 관계자의 경우는 고양이를 위해 끌어안기도 하는데 그 점은 양해해 주세요. 고양이와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 고양이가 흥분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그럴 때에는 고양이의 입 근처에 손을 가까이 대지 마세요. 장난감을 빼앗겼다면 다시 빼앗으려 하지 말고 직원을 불러주세요. 그 외에 곤란할 때에는 직원에게 말해 주세요.

 

 

 

 

고양이가 있는 휴게소, 299.

무척 편안하고 좋은 곳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또 가지는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

라는 건 핑계고 사실 가격은 썩 편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빈곤한 외국인 노동자 신세였으므로ㅠ) 거기 쓸 돈으로 설이 먹일 간식이나 한 봉지 더 사자는 생각으로 다시 열심히 아르바이트에 매진했다. 하지만 거기서 보낸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안락하고 편안한,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헉, 설아… 너 설마 누나 일본가서 바람피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비록 몸은 거기 있었지만 니 생각 했다구!!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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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고양이 춤을 보고 왔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대략 이런 문구가 나온다.
그들은 이 영화가 상영되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슬프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쓸쓸한 현실이다.

영화 고양이춤에서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한 남자, CF감독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을 병행하고 있는 한 남자의 시각에서 그들이 지켜보는 고양이들의 삶을 사진과 영상으로 각각 담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그렇듯 이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양이라고 불렀던 존재들이 어느덧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시선을 나누고 감정과 생활을 교류하게 된다. 그렇게 길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인생을, 이 영화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길고양이, 그들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간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 그러나 보호받으며 살아도 병에 걸리는 등 제 수명을 다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생명은 3년을 넘기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희로애락도 있다. 그들 각자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지켜 보면 그 삶이 보인다. 배고픔에 지쳐서, 추위에 떨다가, 병에 걸려서, 혹은 로드킬을 당해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는 그 고양이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아쉬워하고 그리워해줄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친구가 사람이기도 하다. 흔히들 고양이는 원한을 잊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고양이는 기억력이 좋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양이는 원한을 잊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두려운 상대를 피할 뿐이다. 그리고 고마운 상대 역시 잊지 않고 쥐나 새를 잡아서 보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고양이에 친숙한 문화도 아닌 데다 길고양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당연한 듯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다. 영화에 나왔던 인터뷰처럼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섭다. 더럽다. 피해를 준다 등이 있다. 나 역시 고양이를 기르기 전에는 대부분의 동물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지금이나 예전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불편하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많은 생명을 해친다. 고기를 얻으려고 소나 돼지, 닭을 죽인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큰 피해를 주는 동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어떤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아야 할 만큼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먹을 것에 손을 대고 쓰레기 봉투를 뜯어놓는다고 해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가. 그들이 살아갈 터전 위에 건물을 짓고 길을 만든 건 사람이고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다.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가 그렇게 하는 데 동조한다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다른 생명에 대해 조금 더 배려와 동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고라에 올라온 청원글을 보고 대구시에서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면 중성화를 시키는 게 아니라 안락사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목표를 달성했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게 된 뒤로 나름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의 무지에 놀라고 실망했다. 그래서 더욱 길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 영화를 보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애묘인이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길고양이들의 생활을 잘 몰랐던 사람도 있고 알고 있었더라도 다시 한 번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영화가 얼마나 반향을 일으키고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큰 호수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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