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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Snow White/2012

옥탑방 고양이 설이

 

 

 제가 사랑하는 남자 고양이 '설'입니다.

 그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가난하다는 거예요.

그가 사는 옥탑방은 웅크리면 어떻게 들어갈 만은 하지만
발을 쭉 뻗고 누울 수 없을 만큼 좁다고 합니다.

 이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그의 형편에도 그를 뻥 차지 못했던 이유는
그가 너무나도 잘생긴 고양이였기 때문이예요.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충격고백을 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

 "사실 난 옥탑방에 세들어 사는 게 아니야.
내가 이 집 소유묘라구!"

 엄청난 가난뱅이인 줄 알았던 그가 실은
놀이터 딸린 멋진 이층집 주인이라니!

 거기다 때때로 이용하는 별장까지 있답니다.

내심 김중배씨의 다이아몬드(?!)와 그를 저울질하던 저는
그의 반가운 고백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으로만 보던 그의 집을 깜짝 방문했어요.

 "어떻게 여길...!! 왜 말도 없이...!!"

설마 이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사진 속의 그 집인가요?
저 낡아빠진 스크래치가 저에게 자랑하던 놀이터는 아니겠죠?!

 추궁해 보니 별장도 옥탑방만큼 좁은 박스떼기더군요.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날 속인 거야?! 책임져, 책임지라구!!
"속은 니가 바보인 거야!!! 케케케케케!!!"

.
.
.

 심심해서 막장 신파극이나 한 편 생각해 봤어요~
물질적 사랑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이라 주장해봅니다ㅎㅎㅎ

캣타워라고 만들었던 저 박스떼기를 어느덧 다들 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듯이
3층에 두었던 이동장을 어느덧 다들 옥탑방이라고 부르고 있더라구요~
한동안 병원에 안 가서 이동장 쓸 일이 없다보니 나쁜 기억을 잊었는지
요새 부쩍 자주 들어가서 뒹굴기도 하고 그물망에 스크래치도 하네요.
사상충 약도 받아야 하고 병원에 가보긴 해야 할텐데;;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 고양이와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이렇게 고양이를 기를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렇게 토실토실한 하얀 고양이가 떡 하니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예전에 생각했던 이상형과는 다르더라도 제일 좋아하게 되는,
그런 게 인연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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