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길 위의 삶, 자유롭고 때론 잔혹한. -고양이 춤-


11월 22일 고양이 춤을 보고 왔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대략 이런 문구가 나온다.
그들은 이 영화가 상영되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슬프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쓸쓸한 현실이다.

영화 고양이춤에서는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한 남자, CF감독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을 병행하고 있는 한 남자의 시각에서 그들이 지켜보는 고양이들의 삶을 사진과 영상으로 각각 담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그렇듯 이들의 삶에도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양이라고 불렀던 존재들이 어느덧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시선을 나누고 감정과 생활을 교류하게 된다. 그렇게 길 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인생을, 이 영화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길고양이, 그들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살아간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 그러나 보호받으며 살아도 병에 걸리는 등 제 수명을 다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생명은 3년을 넘기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삶이 있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희로애락도 있다. 그들 각자에게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지켜 보면 그 삶이 보인다. 배고픔에 지쳐서, 추위에 떨다가, 병에 걸려서, 혹은 로드킬을 당해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는 그 고양이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아쉬워하고 그리워해줄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 친구가 사람이기도 하다. 흔히들 고양이는 원한을 잊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뒤집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고양이는 기억력이 좋은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양이는 원한을 잊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저 두려운 상대를 피할 뿐이다. 그리고 고마운 상대 역시 잊지 않고 쥐나 새를 잡아서 보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고양이에 친숙한 문화도 아닌 데다 길고양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당연한 듯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다. 영화에 나왔던 인터뷰처럼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무섭다. 더럽다. 피해를 준다 등이 있다. 나 역시 고양이를 기르기 전에는 대부분의 동물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지금이나 예전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불편하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많은 생명을 해친다. 고기를 얻으려고 소나 돼지, 닭을 죽인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큰 피해를 주는 동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는 어떤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아야 할 만큼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먹을 것에 손을 대고 쓰레기 봉투를 뜯어놓는다고 해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가. 그들이 살아갈 터전 위에 건물을 짓고 길을 만든 건 사람이고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악의를 가진 것도 아니다. 자신이 직접 죽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가 그렇게 하는 데 동조한다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다른 생명에 대해 조금 더 배려와 동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얼마 전 아고라에 올라온 청원글을 보고 대구시에서는 길고양이를 포획하면 중성화를 시키는 게 아니라 안락사 시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목표를 달성했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게 된 뒤로 나름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자신의 무지에 놀라고 실망했다. 그래서 더욱 길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 영화를 보러 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애묘인이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길고양이들의 생활을 잘 몰랐던 사람도 있고 알고 있었더라도 다시 한 번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영화가 얼마나 반향을 일으키고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큰 호수 전체로 퍼져 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가 있는 휴게소 299  (4) 201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