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r. Snow White/2012

설이의 에어컨 사랑

 

이제 거의 비가 안 오니 본격적으로 더워지네요.

 

 

설이도 털옷을 많이 벗었는지 부쩍 날씬해졌습니다.

(왜 얼굴 주위는 날씬해지지 않는지 미스터리;; 합성 아닙니다!)

 

 

선풍기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설이에게는 더위가 더 힘들 거예요.

 

 

털옷을 홀라당 벗겨 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제가 워낙 망손이라 야매미용도 겁나구요.

설이가 어릴 때 장난치다가 등에 생채기가 났는데 아직도 흉터가 있어요.

고양이 피부는 너무 약한 데다 스트레스도 걱정이라 빗질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설이를 더위로부터 구원해줄 유일한 손길은 바로 에어컨!

 

 

에어컨에 기대 두 발로 서서 바람 나오는 곳을 열려고 하는지 두드릴 때도 있고,

에어컨을 틀면 제일 바람을 강하게 맞을 수 있는 서랍장 위에 자리잡습니다.

 

 

"역시 여름엔 에어컨이야~"

 

 

"이 시원한 공기..."

 

 

"좋쿠냥!"

 

 

찬 바람이 기분 좋은지 사람처럼 앉아서 꼬박 꼬박 졸기도 합니다.

 

 

그런 설이를 보며 전 3등신이라고 마구 비웃었죠;;

웅크리고 있으니 털이 몰려서 그런지 머리가 정말 빅사이즈라ㅎㅎㅎ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이가 갑자기 허리를 쭉 펴고 앉더군요.

 

 

"3등신 고양이라니? 우리집에 나 말고 다른 고양이가 있나?"

 

 

아까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던 3등신 고양이...

 

 

허리를 펴고 앉으니 4등신이 된 것 같네요.

설이는 바른 자세를 사랑하는 고양이라구요!

 

.

.

.

 

 

그 날 저녁, 열대야가 찾아왔습니다.

 

 

설이가 서랍장 앞에 누워있는 이유는 바로...

 

 

"이봐 자네... 에어컨 좀 틀어볼 생각 없나?"

 

 

저도 설이를 위해 에어컨을 틀어주고 싶었지만

전기세가 또 오른다는군요ㅠ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자꾸 물가가 오르는 거야~"

 

고양이의 쾌적한 생활과 물가는 의외로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로또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선거가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어려울까요?

'Mr. Snow White > 20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magazineC에 설이가 나왔어요  (24) 2012.07.29
여름엔 노숙묘  (14) 2012.07.27
설이와 카린  (14) 2012.07.24
숨은 설이 찾기  (20) 2012.07.18
장마철이군요  (16) 2012.07.16
머리 크다고 놀리지 말아요  (22) 2012.07.08
엄마와 설이의 사랑의 대화  (18)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