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비가 안 오니 본격적으로 더워지네요.
설이도 털옷을 많이 벗었는지 부쩍 날씬해졌습니다.
(왜 얼굴 주위는 날씬해지지 않는지 미스터리;; 합성 아닙니다!)
선풍기 바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설이에게는 더위가 더 힘들 거예요.
털옷을 홀라당 벗겨 버릴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제가 워낙 망손이라 야매미용도 겁나구요.
설이가 어릴 때 장난치다가 등에 생채기가 났는데 아직도 흉터가 있어요.
고양이 피부는 너무 약한 데다 스트레스도 걱정이라 빗질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설이를 더위로부터 구원해줄 유일한 손길은 바로 에어컨!
에어컨에 기대 두 발로 서서 바람 나오는 곳을 열려고 하는지 두드릴 때도 있고,
에어컨을 틀면 제일 바람을 강하게 맞을 수 있는 서랍장 위에 자리잡습니다.
"역시 여름엔 에어컨이야~"
"이 시원한 공기..."
"좋쿠냥!"
찬 바람이 기분 좋은지 사람처럼 앉아서 꼬박 꼬박 졸기도 합니다.
그런 설이를 보며 전 3등신이라고 마구 비웃었죠;;
웅크리고 있으니 털이 몰려서 그런지 머리가 정말 빅사이즈라ㅎㅎㅎ
제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이가 갑자기 허리를 쭉 펴고 앉더군요.
"3등신 고양이라니? 우리집에 나 말고 다른 고양이가 있나?"
아까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던 3등신 고양이...
허리를 펴고 앉으니 4등신이 된 것 같네요.
설이는 바른 자세를 사랑하는 고양이라구요!
.
.
.
그 날 저녁, 열대야가 찾아왔습니다.
설이가 서랍장 앞에 누워있는 이유는 바로...
"이봐 자네... 에어컨 좀 틀어볼 생각 없나?"
저도 설이를 위해 에어컨을 틀어주고 싶었지만
전기세가 또 오른다는군요ㅠ
"먹고 살기 힘든데 왜 자꾸 물가가 오르는 거야~"
고양이의 쾌적한 생활과 물가는 의외로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로또가 되기를 바라는 것과 선거가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둘 중 어떤 게 더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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