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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Snow White/2013

고양이 마을 야네센

 

 

야네센이란? 나카(谷中), 즈(根津), 다기(千駄木) 세 지역의 앞글자를 딴 명칭이다.

원래부터 이 지역에는 고양이가 많았는데 고양이와 관련한 식당, 술집, 잡화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 곳의 가게들은 고양이 모양의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등 고양이 이미지의 덕을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온 동네에 고양이가 어슬렁거려도 내쫓지 않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양이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야나카긴자에서 만난 길고양이. 야네센에 대한 정보를 모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도 보게 되었는데 제법 빈번하게 찍혀 있는 걸로 봐서 이 동네 터줏대감인 듯 하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뒤태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터줏대감 고양이님께 야나카긴자 입장료로 쓰담쓰담 토닥토닥을 지불하였다.

스킨십은 환전할 필요가 없고 거스름돈으로 주는 골골송 역시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야나카긴자로 가려면 JR 야마노테선 닛뽀리역 서쪽 출구로 나오면 된다.

처음에는 웬 휑한 동네가 나오나 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을 슬쩍 따라가다 보면 계단이 보인다.

 

 

저녁노을 흩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유야케단단(저녁노을 점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계단을 내려가면

 

 

조용한 주택가와는 확연히 다른 번화한 상점가가 나타나는데 거기가 바로 야나카긴자(谷中銀座)이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상점가라 옷가게, 잡화점, 카페 등 다양한 가게가 늘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하쓰네야라는 잡화점이 유명한데 가게 물건이 아주 예뻐서라기보다는 간판의 저 하얀 고양이가 인상적이기 때문인듯 하다. 거의 실제 고양이와 비슷한 크기라 처음에는 진짜 고양이가 지붕에 올라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 거기에서 룸메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룸메  저 흰 고양이, 언니네 고양이랑 닮지 않았어요?

  에이, 아니야~ 설이랑은 완전 다르지!

 

 

딱 잘라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마지막으로 본 설이의 모습이 브이라인의 가녀린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렵 한국에서 설이는 저 고양이와 닮은 둥글둥글 고양이로 자라나고 있었다.

(동시에 나를 잊어가고 있기도 했다ㅠ)

 

볼거리가 많았지만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건 먹은 것들뿐.

역시 시장구경은 먹는 재미다.

 

 

소우자이 이치후지(惣菜いちふじ) 원래는 반찬가게라고 하는데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각종 먹거리로 유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 금지. 작은 것 하나라도 기억을 보충할 수 있게 사진으로 남겨두고픈 관광객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주면 좋으련만.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열을 당해서 울컥 했지만 이치후지에서 산 멘치카츠(다진 고기를 넣어서 튀긴 고로케)는 그런 불평도 쏙 들어갈 정도로 맛있어서 약간 더 짜증났다. 가게 사진을 찍고 싶은 관광객이라면 조금 더 위쪽에 위치한 스즈키니쿠(すずき肉)라는 가게의 멘치카츠도 호평이니 그쪽으로 가시길.(뒤끝;;)

 

 

야나카노싯뽀야(谷中のしっぽや) 소우자이 이치후지 바로 옆에 위치한 도너츠 가게이다. 고양이빵으로 유명한 가게라고 들었는데 저 길쭉한 빵이 고양이와 무슨 상관이냐면 바로 가게 이름과 관련이 있다. '야나카노싯뽀야'라는 가게이름을 우리나라말로 번역하면 '야나카의 꼬리가게'이기 때문이다.

 

 

마미즈(マーミズ) 유명 여배우의 단골가게로도 유명한 애플파이집. 겉보기에는 왠지 쌀집같은 이미지이다.

 

 

애플파이 자체에 대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촉촉한 식감을 선호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사과가 듬뿍 들어가 있고 그렇게 달지도 않아 먹기 좋다. 그러나 나처럼 파이는 바삭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먹기에는 다소 눅눅하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야네센을 둘러보면 다들 한번씩 가 보는 곳이 고양이 카페 넨네코야라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골목 골목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가기 전에 위치 확인은 필수. 야나기긴자에서 한참 걸어서 겨우 도착했는데 원래 먼 곳인지 아니면 우리가 헤매서 멀게 느껴지는지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 아는 사람만 아는 가게이다 보니 파출소에 물어봐도 허사다.

 

 

가게 내부에는 각종 고양이 장식품들이 놓여져 있다. 고양이 카페라 고양이도 물론 있었지만 제대로 나온 게 없었다ㅠ

 

 

메뉴판도 고양이. 설탕통이랑 크림통도 모두 고양이. 고양이에게 둘러싸이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우리는 세트메뉴를 주문했지만 가격에 비해 맛은 음... 800엔을 입장료로 생각하는 편이 마음편할 것 같다.

 

 

자체제작한 듯한 다양한 고양이 관련 상품들도 가게 안팎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넨네코야에서 입수한 야나카 고양이 거리 순회 지도.

넨네코야 이외에도 다양한 카페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복잡함이 거의 던전지도 수준이다;;(심지어 일본어의 압박)

 

 

 

간판이나 상징으로 고양이를 활용하고 있는 곳도 많았지만 고양이 관련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 정말 많았다.

 

 

네코액션(ねこあくしょん) 조금이라도 고양이 무늬가 들어가 있으면 모두 모아놓은 듯한 잡화점이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가게 안에 다양한 상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구경만 해도 시간가는 걸 잊을듯.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이 곳의 물건이 그리 싸지는 않다는 점이다. 야나카긴자에 온 기념으로 뭔가 하나 살까 하다가 100엔숍에서 산 우리집 컵(사진에 표시)이 여기에서 380엔으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구매의욕이 팍 꺾였다.

장사니까 뭔가 남겨야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ㅁ=;;

 

 

노라(のら) 야나카긴자에서 넨네코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잡화점. 네코액션과 마찬가지로 고양이 무늬가 들어간 물건이나 고양이 인형 등 각종 고양이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야나카점이라고 적혀있는 걸로 봐서는 체인점일 가능성도 있다.

 

 

NOLA 이 곳도 노라라는 이름인데 여기는 잡화점이 아니라 공방이다. 고양이 이외에도 십이지 등 다양한 동물 캐릭터가 담긴 폰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똑같은 상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더 기념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잃어버리면 통탄할 것 같아서 사지는 않았다.(결코 극빈자여서가 아님... 그 증거로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음;;)

 

 

야나카도(谷中堂) NOLA와 마찬가지로 공방이다. 직접 만든 다양한 종류의 마네키네코들을 팔고 있다. 외국인노동자 생활의 번영(?)을 위해 과감하게 지를까 했는데 배보다 배꼽인 것 같고 돌아갈 땐 짐이 될 것 같아 살포시 지갑을 닫았다.

 

 

네코마치(猫町)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갤러리이다. 여러 예술가들의 고양이 관련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저작권문제로 내부촬영은 불가능했지만 무료입장 가능하며 공방이나 잡화점보다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멋스러운 검은 고양이들이 반겨준다. 근데 왜 흰고양이는 없는 거야. 때 타서 그런가...!

 

 

마침 전시되고 있던 것들 중 뽑기 같은 게 있어서 한번 해 보았다.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겠는데 '고양이 점수따기 운세'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설이를 다시 만나면 펼쳐보겠노라 다짐하며 다이어리에 끼워두었다가 얼마 전 발견하여 펼쳐보았는데 그 결과는...! <내일자 설이의 일기에 공개 예정>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닫힌 가게 셔터에 그려진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그 근처 신사인지 절인지에서 찍은 고양이 두 마리. 왠지 셔터에 그려진 고양이랑 닮은 듯하다.

 

얼룩이  농땡이 치지 말고 일해!

턱시도  이래서 을이란...ㅠ

 

야네센은 고양이 마을이라 불리는 만큼 여기 저기서 고양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뛰어난 상술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래도 고양이를 친근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부러웠다. 상점가에서 쫓아내지도 않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예쁨까지 받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 3년 전 다녀온 경험을 남긴 것이므로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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