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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Snow White/2012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전 항상 설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늘 성에 차게 놀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사람은 혼자 있어도 여러가지 할일이 있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흔히들 고양이는 손이 별로 안 간다,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자는 것도 좋아하지만 놀아주는 것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양이는 놀자고 조르는 일도 없고 잠도 엄청 많이 자지만
자는 만큼 체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실은 놀고 싶어 합니다.

놀자고 이어폰을 꺼내거나 혹은 곁에 앉아서 쓰다듬기만 해도,
어떨 때는 가만히 눈만 맞추고 있어도 좋아서 발라당 애교를 부리며 골골거릴 때도 있죠.
그럴 땐 이 작은 동물에게는 우리와의 시간이 일상의 유일한 변화라는 생각에 짠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들이 있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놀아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하루 30분은 꼭 놀아주자고 생각하면서도 뜻대로 안될땐 무척 미안해집니다.

오늘은 놀아주지 못해 설이에게 미안한 순간 중
특히 더 미안해지는 순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불편하게 자고 있을 때

언제나 편한 자세로 늘어지게 자는 설이지만
이따금 기다리다 지쳐 뻗은 것처럼 불편하게 자요.
그럴 땐 편히 눕히고 싶지만 그러면 깰까봐 그것마저 참습니다.


2. 무료해 보일 때

제가 만든 설이집 2층 바깥공간을 베란다라고 부르는데
거기 앉아서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시골에 혼자 살면서 자식들을 기다리는 노인같단 생각이 들어요;;


3. 지켜보고 있을 때

이래도...!

나와...!!

놀아주지...!!!

않을텐가...!!!!!


4. 기대에 찬 눈으로 볼 때

제가 곁을 지나갈 때 갑자기 벌떡 일어서면서
저런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을 보낼 때가 있죠.

혹은 이렇게 착한 자세로

어딘지 서운해 보이는 표정으로

기대를 가득 담고 바라보면 정말이지...
다 내팽개치고 설이랑 미친듯이 놀고싶어요ㅠ

제발 그런 촉촉한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말아줘~!!
(귀가 처져 있어서인지 불쌍해 보이는 효과 극대화...!!)


글이 너무 무거웠나요?
이제는 설이에게 덜 미안한 순간을 정리해 볼게요.

1. 맛있게 잘 때

피곤한데 못 쉴 때 늘어지게 자는 설이를 보고 있노라면...

부러워서 눈물이 납니다ㅠ


2. 나쁜짓 하다가 걸렸을 때

나쁜짓을 하려는게 보이는데 잔소리를 하니 표정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아니나다를까 간식상자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럴줄 알고 위쪽에 옮겨뒀지요~

"왜 갈수록 곳간이 비는 거냐옹!!!"(분노)


3. 음모를 꾸미는 표정을 지을 때

이 보스(!)같은 고양이가 위에서 부담스러울 만큼 
착하고 순진한 표정을 지었던 그 고양이가 확실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오빠가 부담을 느낄 것 같은 순간입니다. 

"내가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잠이 오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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